본문 바로가기
▶ 광장에서/이런저런 생각

참을 수 없는 쿨함의 무책임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감상

by [헤이든] 2018. 11. 26.

 ‘쿨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금 양보한다 하더라도, 인간관계에서의 ‘쿨함’은 적어도 강한 의심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인관계에서 더더욱 그렇죠. 물론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적당한 거리감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쿨함’은 자유를 빙자하여 지나친 거리감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거리감에 관계의 상대방은 상처받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쿨한 로제와 ‘고독형’에 처해진 폴의 이야기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쿨함’에 대한 의심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난 자유로운 남자야”[각주:1]라고 으스대는 로제의 허세는 “자유가 고독을 의미할 뿐”[각주:2]인 폴의 희생을 짓밟고 서있습니다. 때문에 로제 역시 폴을 의식하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다만 불편함에서 그칠 뿐, 로제는 방종한 생활에 탐닉합니다. 로제의 쿨한 자유로움 탓에 자신은 무관심한 방치 속에서 고독을 느껴야 했음을 폴이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수많은 망설임과 포기가 있었습니다. 시몽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폴은 결코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로제와 달리 쿨하지 못한 폴 자신을 자책할 뿐이었겠죠.


 한편 시몽은 폴에게 열과 성을 다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역시 ‘쿨한’ 자세를 취합니다. 사무실에서는 무기력으로 일관하고, 일주일 가까이 무단 결근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재력에 의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시몽은 폴의 간청으로 다시 출근하게 됐을 때조차, 폴을 의식하며 연기를 할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열정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열정과 쿨함 사이의 적당한 줄타기가 필요합니다. 양 극단 사이에서 중간을 지키는 일이 어렵다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주어진 최소한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니지 않을까요? 시몽이 적당한 줄타기를 해내는 캐릭터였다면 고독형으로부터 폴을 구제하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같은 거절을 듣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1. 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역,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2008 : p.69 [본문으로]
  2. 같은 책 : p.11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