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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 넓고 얕게 - 독서 모임 3회차 [정치]

[헤이든] 2018. 8. 1. 23:48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생각실험 협동조합에서 주최하는 <지적 대화 넓고 얕게> 3회차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활동지의 저작권을 존중하여, 질문은 생략한 채 제 생각만 남깁니다.


1.

 정치는 [ 프로 스포츠 ] 입니다. 모두가 한 마디씩은 할 수 있지만, 장내에서 선수로 뛸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엘리트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두가 선수로 뛰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 가는 팀에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특히 성적은 빼어나지 못하더라도 팀 컬러가 확실한 쪽을 응원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치는 프로 스포츠와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

 진보와 보수의 구분 자체는 편협한 흑백논리가 아니라는 데 저자와 의견을 같이 합니다. 그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체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진보와 보수는 서로의 자리를 맞바꾸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되는 태도는 '진보라면 혹은 보수라면 이렇게 주장해야 한다'는 도식적인 이해입니다.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진보적인 선택과 보수적인 선택을 엇갈려 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의사 결정에는 시점, 우선순위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합니다. 때문에 도식처럼 딱 떨어지는 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주어진 조건과 관계 없이 논리적으로 일관된 결정만 내린다면, 교조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립, 중도를 표방하는 것은 비겁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진영으로부터도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은 정치 공학적 계산의 결과물이거나, 거시적인 방향성 또는 정체성이 없다는 고백과 다르지 않습니다. 개별사안에 대해 보수적 또는 진보적 결정이 엇갈려 중도라고 쉽게 말 할 수는 있겠지만, 지향하는 사회상이 있다면 진보 또는 보수의 모습일 것입니다.


3.

 온건한 진보를 지향합니다. 신자유주의로 불리우는 현 체제에 비판적이며, 정부의 시장 개입 확대를 지지합니다. 정부는 부의 재분배 기능과 함께, 규제를 통해 보다 바람직한 미래의 방향으로 시장이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 기능의 확대는 점진적이어야 하고,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의 개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진보 중에서도 보수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을 '온건한' 진보로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4.

 현행과 같은 대의 민주주의도 본질적으로는 엘리트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일반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거나, 비판하는 대안/선택지는 정치 엘리트에 의해 제시된 것입니다. 다만 보통선거와 의견 개진의 기회 개방을 통해, 정치 엘리트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뿐입니다. 이와 같은 엘리트주의가 불가피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합니다. 생계에 매진해야 하는 일반 시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생계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엘리트들이 각자가 가진 전문성을 발휘하여, 거시적 안목에서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런데 엘리트 정치는 일반 시민들의 여론과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고, 부정부패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엘리트 간의 경쟁이 필요합니다. 여론을 귀담아 듣고 정직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엘리트에게 권위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보통선거와 직접 민주주의의 성격을 띠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즉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5.

북한이라는 존재가 한국의 보수 성향을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체제 경쟁 속에서 반공을 국시로 내걸고, 보수적 성향을 학습하고 재생산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수적 지향이 아니라 성향을 갖게 됐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원해서가 아니라, 무언가에 반대하여 형성된 정치적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체제 경쟁이 끝난 후에도, 북한은 진보적 선택을 제약하는 존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난민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세계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수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휴전선 이북에 살고 있는 2,500만 명의 잠재적 난민을 떠올려 보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지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국가 재정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6.

 조세제도는 더 많은 이들로부터, 더 많이 거두어 들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어느 국가나 조세 수입보다 징수 비용이 더 커서 납세를 면제 받는 계층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굉장히 많은 이들이 면세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부자 증세'도 '서민 증세'가 있어야 더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세 징수에 효율성을 제고하여, 면세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충된 세수는 저소득층에 더 비중있게 쓰여야 합니다. 소득 재분배는 정부가 가장 확실하게,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아야 하겠지만, 눈 먼 돈 없이 실속있게 쓰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 참고문헌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한빛비즈, 2014